노무현·이명박·박근혜·문재인에게 보였던 시대정신 어디로?

대통령은 시대정신을 읽고 그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. 어젠다를 제시하고, 국민에게 납득시켜야 한다.

김대중 전 대통령은 항상 “나는 민중의 반걸음만 앞서 간다”고 말했다. 사람들보다 너무 앞서가도, 너무 뒤쳐져도 시대정신을 읽고 주도할 수 없다는 뜻이다.

김대중 전 대통령은 ‘외환위기 극복’을 시대적 과제로 내세웠고, 이를 달성해냈다. 또 남북 화해라는 틀에서 햇볕정책을 추진했다.

노무현 전 대통령은 ‘권위주의 청산’을 기치로 내걸었다. 권위를 배격하고 소탈한 모습을 강조했다.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아 집권했으나 국익을 위해 이라크 파병이나 해군기지 설치 등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.

이명박 전 대통령은 선진화를 외치며 한미동맹을 강화하고, 자원외교에 공을 들였다.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관계가 좋았던 이 전 대통령은 일본보다 한국이 더 미국에 가깝게 느껴질 정도로 한미동맹을 반석 위에 올려놨다.

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는 꺼내기 힘든 연금개혁에 시동을 걸었다. 비록 여론의 저항에 좌절되긴 했으나 정치생명을 담보로 건 결단이었다. 이는 비단 현세대 뿐만 아니라 국가대계를 의식한 도전이었다.

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걸고 남북미 협상을 추진했다. 비핵화라는 큰 틀을 합의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. 결과가 좋다고는 할 수 없어도 대전제를 놓고 추진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.

이제 윤석열 대통령을 보자. 윤 대통령의 아젠다, 혹은 윤 대통령이 말하는 시대 정신은 무엇일까?

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말했고 그 이후로도 ‘자유’를 강조했다. 그런데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방법이나 구체적 각론이 없다. 대표적인 캐치프레이즈도 없고, 정책도 없다.

최근 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참여해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는 등 동분서주했다. 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여러 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성과도 올렸다.

나름 대통령으로서 고군분투하고 있다. 그런데 윤 대통령에게는 ‘내가 만들려고 하는 나라’가 없다.

혹은 그러한 개념이 있지만 아직 펼치거나 제시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.

국민들은 대통령의 말을 보고 판단한다. 그것이 대통령의 진의를 말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. 그런데 윤 대통령은 ‘자유’만 외칠 뿐, 그 이상의 구호가 없다. 하루 빨리 윤 대통령의 청사진을 보여줄 캐치프레이즈와 시대정신을 내놓아야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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